보청기관련

[스크랩]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됩시다(보청기 사용후기1편)

청력박사 2009. 10. 7. 15:17

 

 칠팔년 전부터 왼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후 오른쪽 귀마저 듣는 기능을 잃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왼쪽 귀의 경우는 가까이서 말해도

거의 듣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2년 정도 그냥 지내다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더니

신경손상으로 인한 문제라서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하고

보청기를 착용해야만 한다는 진료결과 나왔다.

담당의사의 소개로 보청기업을 하시는 분을 만나서 상담을 하니

생각보다 너무 고가여서 일단 좀더 미루자는 생각으로 지내게 된 것이 

몇 년이나 흘러버리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다소 울림이 있는 넓은 방에서 회의를 하는데

상대방의 대화를 거의 70~80%를 알아듣지 못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였다.

참담했다.

그래도 적어도 반 이상은 알아듣고 놓친 말들은 조심스럽게 재질문해서

못들은 말들을 보충하고 했는데 정도가 이렇게까지 되니 정말 앞이 캄캄해지고 정말 귀(?)가 막혔다.

옆에 있던 집사람도 내 눈치를 보더니 내가 전혀 못알아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당혹하는 기색을 보였다.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지고,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날 회의는 그렇게 무참하게 끝이 났다.

이래서 안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도 뒤지고 하면서 일단 보청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을 했다.

비용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청기가 절실했다.

그러다 이 카페를 접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좋은 글을 많이 올리고 운영하시는 분의 진심 또한 느껴졌다.

알찬 정보가 많았고 열심히 난청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애쓰시는 운영자의 모습이 눈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러 글들 속에서 고스란히 읽혀졌다.

 

 마침 내가 있는 사무실 근처이고 해서 일단 상담을 받기로 예약을 하고

 며칠 후 그곳에 들렀다. 일단 먼저 검사를 받았다.

종합병원에서 받은 검사만큼이나 정밀한 검사를 받은 후 원장님과 상담을 시작했다.

그런데 일단 귀, 말하자면 난청에 대한 지식이 보통이 아니었다. 정말 박사님이었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말들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잘 못듣는 사람을 위해 큰소리를 말씀하시는 배려 또한 참 보기가 좋았다.

마음속으로 저렇게 늘 큰소리로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나의 나쁜 버릇이 나오고야 말았다.

질문을 하고 또 하고 해서 내가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캐묻고 하는 버릇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 병이 도진 것이다.

아마 상담만 적어도 4시간에서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을 것이다.

해는 이미 져서 밖은 어두웠고 상담실 밖에서는 아마 원장님의 지인같은 분들이

와서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몹쓸 버릇 때문에 같은 질문을 하고 또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참 재미나는 사실은 그런 속에서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상담에 임하는 원장님의 모습을 보고서야 나는 속으로

이 분에게 나의 귀를 맡기자는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청기를 꼈을 때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세상에는 다양한 소리들이 존재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하며, 멀리서 차가 달리는 소리까지 들릴 때에는

정말 내가 여태껏 참 바보보다 못한 귀머거리로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구나 생각하니 눈물마저 핑 돌았다.

가장 먼저 내가 잘 못들으니 늘 다시 말해주고 큰소리로 말해주곤 했던

집사람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디 가서 내가 말을 못알아 듣는 것 같으면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대고

통역 아닌 통역까지 해줬으니 그 고생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티부이를 큰소리를 들어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던 집사람에게 너무 죄스러운 맘이 들었다.

 

 그렇게 보청기를 구입을 하고 생활을 하니

참으로 내가 어리석게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잘 들리지 않으니 무조건 큰소리로 내 목소리만 내고,

상대방의 얘기는 잘 듣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아마 무의식이 그렇게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보청기를 사용하고 난 후부터 나는 정말 잘 듣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보청기로 인해서 타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타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더욱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은 일단 남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과 사귀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렇게 해서 같이 살아간다는 사실 말이다.

 

 근데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일어났다.

 

나머지는 글은 내일 더 올리겠습니다.

출처 : 맑고 좋은소리
글쓴이 : 얼음속의햇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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