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관련

[스크랩] 서면 한미보청기를 다녀와서!

청력박사 2009. 4. 16. 06:56

며칠 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애한테 갔다가
평소에도 두 번 세 번 말을 해야 알아듣는 나를 보고
청력검사부터 해보자며 딸애 손에 이끌려 서울 모 대학병원에 가서 청력 검사를 받았다.
청력검사에 나와 있는 그래프와 숫자에 대한 개념은 나에겐 무척 나설었지만
아무튼 그래프 상에 오른쪽 왼쪽 54 db. 50 db이라고 적혀 있다
지금 보청기를 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욱 힘들 거라는 말을 뒤로하면서 병원문을 나섰다.
 
장유에 사는 여동생에게 병원 갔다 온 얘기를 했더니
부산 서면에 한미 보청기점을 소개하면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소문이 많이 난 곳이니
서울에서 내려오면 같이 가서 상담부터 받아 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하루도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내려왔다
먼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맑고 좋은 소리"라는 카페가 뜨기에

가입부터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그동안 먼저 가입한 회원님들의 상담 후기라던지
카페 지기인 청력 박사님의 답글 등등 여러 가지 좋은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다음날 직장생활을 하는 여동생이 쉬는 날이라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고 했다
장유에서 3시에 만나기로 하고 도착하니 3시 50분이다
차반으로 가지고 간 생선회는 부산 갔 다 와서 먹기로 하고 서둘러 서면 한미보청기점으로
출발했다 마침 같이 간 제부가 부산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5층 건물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계단 입구에 한미 보청기 3층이라고 적혀 있다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3층까지 걸어 올라가서 현관문을 여니
카페 메인 창에 올라와 있던 2남1녀 사진 중에 1녀에 닮은 아가씨? 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 뒤쪽에서 또 안면이 있는 중년 아저씨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반겨 주신다.
아~ 맞다~ 카페 지기님이신 청력박사님인가 보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겨셨네~ ㅎㅎㅎ

속으로 생각하며 권하는 의자에 앉으니 마실 것도 권하신다
커피를 주문하고 사무실을 둘러보니 뭔지 모르게 알차게 꾸며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문하게 된 동기와 사연부터 들어 시고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받은 청력 검사진료 기록을 보시더니
귀 구조에 대한 설명과 각각 하는 일들을 설명하며 귀 상태에 대한 얘기를 자세하게
들려 주셨다 평소 같으면 절반은 흘려듣고 절반만 알아들었을 텐데
원장님은 평소에 귀가 어두운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공부를 하셨는지
하시는 말씀을 한 자도 놓치지 않고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같이 간 동생과 제부도 평소에 모르고 지냈던 귀에 대한 지식을

아주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니 또 다른 공부가 되었다면서 고마워한다
충분한 설명 끝에 청력 검사와 음감 테스트라는 것을 한 다음 보청기 사전 착용을 해 보았다.

순간 신기하고 놀라웠다
귀속에 뭔가가 들어가 있으니 조금 답답한 상태이긴 하지만
원장님이 말을 하면서 손바닥을 비볐는데 내 귀에 그 비비는 소리가 들렷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소매를 치면서 만지작거리자 그 소리까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제각각 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앉아 있는 의자는 의자대로
내가 움직이는 대로 삐걱대며 크고 작은 소리를 내고 있었고
제부도 의자에 앉아서 신고 있던 구두를 바닥에 비비는 소리도 들리고...,,
동생이 서서 왔다 갔다 움직이는 소리. 핸드백을 책상 위에 놓는 소리까지...,,
원장님이 테스트하는 종이 몇 장을 차례대로 넘기는 소리도 들리고 이런저런 소리에
혼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장님 옆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원장님한테 문자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어머나~ 저 소리까지 들리네...,, 제부도 동생도 이러는 내가 우스운지
웃음 반 안타까운 반으로 쳐다보고 웃는다
아~~~`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나는 평소에 이런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았구나...,,
그래 바로 이거야~ 나도 이런 소리를 듣 고 싶었다
똑딱이는 시계 소리랑 그리고 일상생활 자연 속에서 나는
매미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등등 이런 소리를 듣고 싶었지...,,
눈시월이 적셔 왔다 아주 오래전에는 들렸을 이 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들리지 않았고
그리고 차차 잊혀져 모르고 살아왔단 말인가...
제부랑 동생한테 보일까 봐 고개를 숙였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시울이 젖어 왔다.
너무나 기뻐서 기쁜 대로 표현해보고 싶고 흐르는 대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소에 듣지 못하던 걸 듣게 되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뭔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해 왔다
한참 동안 테스트를 한 다음 시간이 많이 흘렸다는 걸 알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렇게 시간가는 줄도 모르면서 8시 35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모두둘 깜짝 놀라 원장님에게 미안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
4시가 조금 넘어 들어 왔으니 무려 4시간 30분 동안 있었다
원장님에게 전화로 상담예약을 했을 땐 7시까지 상담을 하신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잡고 있었다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고 죄송스러웠다
늦은 시간 동안 싫은 내색 한번 안 하시고 상세하고 세밀하게 상담해 주신 원장님께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현관문을 나서면서까지 친절하게 배웅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존경 심을 느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제부도 동생도 원장님의 상담 말씀이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돈다고 했다

어쩜 그리도 싫은 내색 한번 안 하시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가도록 끝까지
꼼꼼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지 오늘 정말 좋은 공부 많이 했다고 하면서 돌아왔다,
제부와 동생을 장유에 내려 주고 마산으로 오는 길에 진영휴게소에 들렀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주하면서 지나온 생각을 해 보았다
아주 오래전.
20여 년 전에 청력검사를 통해 보청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때 내 나이 30대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이비인후과 의사 샘은 검사결과
귀 안은 아주 깨끗해 일종의 노화 현상이며 지금은 대화하는 데 크게 지장은 없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안 좋을 거라고 하시면서 보청기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정확한 발음 전달이 안돼 불편했으니까

그래서 150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보청기 전문집에서 귀속형 보청기를 맞추었다
그런데 며칠도 못 끼고 서랍 속에 넣곤 이리저리 뒹굴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소리가 정확하게 들려야 하는데 소음이 더 크게 들리면서
말소리는 적게 들렷다 운전 중에 옆 사람과 대화를 못할 정도로 자동차 굴러가는
바퀴 소리라던지 엔진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귀가 아플 정도이었고
소음도 심해서 마치 70년도 시골마을에 집집이 메달이 놓은 스피커 소리처럼
날씨 변동에 따라 찌직거리는 소리라던지 음향기기 앰프 고장 낫을 때 나는 소리랄까
뭐라고 표현을 못 할 정도로 듣기 거북한 소리가 심했다
요즘도 그런 보청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보청기에 장착된 나사를 자신이 직접 손가락으로 돌려서 소리를 조절했는데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려서 소리를 낮추면 말소리까지 작아졌고
말소리를 크게 들으려고 소리를 높이면 소음도 같이 크게 들려
도저히 안 끼느니만 못하기에 사용을 중단했는데 그때 이후로
보청기에 대한 이미지는 나에게 있어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대화하는 데 있어 크게 불편한 것을 못느겼고
사회생활 하는데도 전 혀 불편한 것을 못 느낀 건 사실이다
활동적인 성격 탓에 사회생활과 많은 봉사활동을 해 오면서도
들리지 않아 불편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해 보았으니...,
그런데 이젠 세월이 지나 내 나이 53이다
언제부터인가 티브이 시청이 너무 불편하다 드라마를 보든 뉴스를 보든
티브이에서 나오는 말소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뉴스를 보면 자막과 함께 보아야
대충 이해가 가고 드라마를 보면 입 모양을 유심히 보아야만 50%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아무리 심심해도 티브이는 잘 안 보게 되었다
켜 놓으면 그림만 보며 간혹 알아듣는 내용도 있지만 못 알아들을 때가 잦다 보니
소음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막처리 된 외국영화를 즐겨 보게 된다
가족과 함께 드라마를 볼 땐 언제나 뒷북을 치면서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아야만 했다
가족들은 대답하면서도 집중할 수가 없으니 귀찮아하는 거 같고
대답을 기다리는 나도 눈치가 보였다
전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 가수들의 노래도 몇 번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혼자서도 흥을 거리며 따라 부르게 되는데 이젠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도

무슨 내용인지 가사를 보지 않고는 전혀 알아듣질 못한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선 거의 50% 뭐라고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다
멀리서 하는 말은 가까운 사람이 통역을 해줘야 그때 이해가 가고 알아듣는다
내 휴대전화기에 온 문자나 벨 소리도 옆 사람이 얘길 해 줘야 전화 왔는지 안다
그래서 언제나 진동으로 해두고 호주머니나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일하고 있을 땐 인터폰 소리나 전화벨 소리를 못 듣는다
심지어 안방에 누어서 방문을 열어 놓고 있어도 인터폰 소리를 못 듣는다
가족들이 급한 전화를 했을 때도 못 받으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라던지 아니면 단둘이 대화를 할 때도 불안하고 자 신감이 없다
배경음악이 있는 마트나 백화점 같은 장소에 갔을 때 큰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함께 사는 가족들도 언제나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말을 해야 알아들으니
짜증 아닌 짜증을 낸다
주변에선 오래전부터 보청기를 권하지만
변명이랍시고 그 옛날 보청기에 대한 불신 이미지를 들먹이며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나도 안다.
요즘은 시대가 시대인 만큼 신문이나 매스컴을 통해
보청기 기능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 졌다는걸.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사람에 따라 보청기 값도 만만찮다는 걸.
솔직히 이젠 옛날과 달리 보청기를 쉽게 살 만큼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못하다
IMF 재앙의 11년 전만 해도 끄떡없이 잘 견디던 남편의 사업이 몇 년 전에 부도가 나서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경매로 넘어갔다
그래서 급한 건 보청기가 아니라 이달 월세금 이란 걸.
그리고 얼마 전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조금있음 제대를 한다
평소 귀 신경이 약한 건 나로부터 물려받았는지 아들도 사격 훈련 끝에
귀에 이상이 있어 수 술 했다. 군대 가서 다치면 여러 가지 혜택도 많다고들 하던데
운 나쁘게도 아들에겐 해당이 안 되며 보청기만 필요해졌다
그래서 보청기는 곧 제대할 아들이 나보다 더 급하다
그런데도 오늘 보청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또렷한 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그래 조금만 참고 열심히 준비하자!
비록 오늘은 상담만 받고 왔지만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들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름다운 소리를 더 늦기 전에 다시 들어야지 다짐하면서
마지막 남은 식어버린 커피잔을 비웠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오랜 시간 동안 친절하게 상담해주신 서면 한미보청기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만나뵐 때까지 하시는 일 무궁무진한 번창 기원합니다.

출처 : 맑고 좋은소리
글쓴이 : 커피한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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