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유병철씨(가명-39세)는 최근 주위가 조금만 소란해도 다른 사람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던 차에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난청이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발파 전문가로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청력이 나빠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강한 소음에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지금은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대화가 힘들 정도가 됐다.
유씨처럼 소음이 심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음, TV 소리, 귀를 쾅쾅 울리는 노래방, 휴대폰과 길거리 이벤트, 공장 소음 등으로 청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02년 미국 어린이 100명 중 12명이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를 내놓았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전세계에서 1억2천만 명 이상이 소음에 의한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늘날 현대인은 소음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가지 환경요인 때문에 소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소음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람의 건강도 해치는 공해 요인으로 대두하고 있음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보통 사람이라면 허용 기준을 초과한 소음을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들을 경우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 수가 증가하며 혈당량이 늘어나는 등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WHO는 "소음이 공공 건강분야의 여러 부문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소음성 난청 이외에도 불면증, 심혈관계 질환, 정신신경계통의 질환과 학습 수행능력의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WHO에 따르면 소음은 정서적으로 짜증과 반사회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을 앓을 위험성이 높고 비행장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 읽기 평가나 어려운 문제풀기 등의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소음은 최근 급증하는 긴장성 두통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순음(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비해 소음(불규칙적으로 여러 주파수가 혼합된 소리)은 같은 dB(데시벨-이하 dB로 표기)이라도 더 크게 느껴질 뿐 아니라 같은 크기의 소음이라도 음 높이의 고저에 따라 청력에 손상을 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연속된 소음에 비해 폭발음과 같은 순간적인 소음은 소음으로부터 내이(內耳)를 보호하는 방어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더 큰 손상을 줄 수 있다.
소리의 강도는 음파의 진폭으로 결정되며 dB 단위로 표시된다. 음파가 10dB 증가할 때마다 소리의 강도는 두 배씩 증가한다. 즉 90dB은 80dB의 두 배 강도를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대화할 때의 음량은 60dB이며, 도로소음은 80dB정도 된다.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소음의 강도를 보면 냉장고 웅~소리 40dB, 조용한 방 50dB, 대화음 60dB, 도시 교통소음 80dB, 스테레오 헤드폰 110~120dB, 모터사이클, 폭죽 등은 120~140dB, 총소리(최대 크기) 140~170dB, 비행기 이륙시 140dB이다.
이들 생활 소음 중 75dB 이내의 소리는 아무리 오래 노출되어도 청력을 손실지 않는다. 미국직업안정위생관리국 OSHA(Oc upational Safty & Health Administrati on) 는 하루 8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할 때 허용될 수 있는 근무지 소음의 최대치는 85dB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10dB에 1분 이상 규칙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 청력소실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0dB의 소음에 보호장치 없이 15분 이상 노출되면 위험성이 크다. 90dB 이상의 어떤 소음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이 차츰 저하될 수 있다.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MP3나 이어폰은 볼륨을 최대한 높일 경우 100dB이 넘는다. 이런 상태로 매일 15분씩 음악을 듣는다면 소음성 난청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폭발음과 같은 120dB 이상의 소리에는 순간적으로 노출돼도 심한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특히 소아는 절대로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소음성 난청은 한번 진행되면 여간해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책이다.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소음의 위험성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된 사람이나 평소 대화나 전화 통화할 때 말소리가 큰 사람은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고 있을지 모르니 전문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검사를 받아 보고 병세가 더 진행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생활 속 난청 예방법
1 . 우선 어떤 소음이 청력 손실을 유발하는지 인식하라(75dB 이상의 소음에 유의하라).
2 . 소음이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에어 플러그(ear plug)나 에어 머프(ear muff)를
착용하라
3 . 너무어려서 소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피할수 없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보호해야
한다.
4 . 주변에 심한 소음이 상존한다면 항상 주의하고 경계한다.
5 .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동료에게 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알린다.
6 .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받는다.